[뉴스워치] 35년 만에 18연패 위기 몰린 한화

2020-06-12 2

[뉴스워치] 35년 만에 18연패 위기 몰린 한화


[앵커]

프로야구 한화가 마치 날개가 꺾인 것처럼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17연패를 기록해 오늘 경기까지 지면 프로야구 최다 타이인 18연패가 되는데요.

감독까지 교체한 한화의 부진 이유와 해법은 무엇인지 스포츠문화부 이대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개막전만 해도 한화가 SK를 꺾으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던 거 같은데요.

언제부터 연패가 시작된 건가요.

[기자]

한화 서폴드가 SK와의 개막전에서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개막전 완봉승을 거둘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지난달 22일에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는 NC전에서 승리해 7승 9패가 됐는데요.

그다음 날인 23일 NC전부터 어제 롯데전까지 내리 17경기째 한 판도 못 이기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한용덕 감독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는데요.

[기자]

10연패쯤 되면서부터 구단 안팎에서 한용덕 전 감독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NC전을 앞두고 1군 코치 4명을 한꺼번에 엔트리에서 제외하고는 새 코치 등록 없이 경기를 치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요.

결국 7일 경기가 끝난 뒤 자진 사퇴 형식으로 구단을 떠났습니다.

이때가 14연패였습니다.

[앵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한꺼번에 1군 선수 10명을 2군에 내려보내는 파격을 선택했습니다.

[기자]

이번 주 롯데와의 3연전을 앞두고 최원호 감독이 강수를 뒀는데요.

농담 삼아 현장의 기자들과 '설마 100패를 하겠냐'는 말까지 했습니다.

최원호 감독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당장 오늘 연패를 못 끊을지언정 계속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새로운 한화의 야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3연전 첫 경기에서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지면서 구단 최다인 15연패를 기록하자 곧바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당장 눈앞의 연패를 끊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앵커]

그렇지만 결국 연패를 끊지 못한 걸 보니 소용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기자]

네. 특히 어제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인 장민재를 3회에 내리고, 불펜 투수를 총동원했습니다.

마무리 투수인 정우람도 7회에 등판했는데요.

그 덕분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11경기 만에 가장 적은 5점만을 내줬습니다.

문제는 타자들인데요.

세 번의 만루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면서 한 점도 내지 못했습니다.

연패에 빠진 팀의 전형적인 특징인 투타 엇박자가 나온 거죠.

[앵커]

그럼 한화가 왜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2008년부터 작년까지 13시즌 가운데 딱 한 번만 포스트시즌에 나갔네요.

[기자]

한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층이 얇다는 겁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그룹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유망주 발굴에 소홀했는데요.

특히 2006년 드래프트에서는 9라운드까지 지명이 가능했는데 7라운드만 뽑고 뒷번호는 영입을 포기했습니다.

참고로 그때 8라운드에서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두산 지명을 받았는데, 한화도 양의지를 지명할 기회가 있었던 셈이죠.

[앵커]

김성근 감독이 팀을 맡았을 때는 거액의 FA 선수를 데려오지 않았나요?

[기자]

2011년 한화가 잠시 좋은 성적을 낼 때 김승연 회장이 잠실야구장에서 팬들에게 '김태균 데려올게'라고 외친 장면이 있었는데요.

야구 인기가 올라가면서 한화 그룹도 201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했는데요.

FA 선수를 거액으로 데려왔는데, 정작 성적은 안 나고 유망주만 또 빠져나간 결과가 나왔습니다.

[앵커]

한용덕 감독이 2018년 3위로 시즌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한화의 암흑기가 끝났다는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는데요.

[기자]

사실 2018년의 한화는 실력과 운이 따른 한 해였습니다.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버텼고, 투수들도 최고의 한해를 보내며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습니다.

한용덕 감독도 부임 첫해에는 투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해주며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을 보여줬고요.

[앵커]

그런데 작년 한화는 9위로 다시 하위권에 처졌습니다.

[기자]

2018년 한화가 좋은 쪽으로만 일이 풀렸다면, 2019년은 악재가 가득했습니다.

정근우 선수를 외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용규가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하주석이 크게 다치면서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한용덕 감독과 고참 선수들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인데요.

결국 이 여파가 올 시즌 초반 몰아서 터진 거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다시 2020년으로 돌아와서 연패 관련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프로야구 최다인 18연패죠.

[기자]

어제 한화가 롯데에 지면서 1999년 쌍방울에 이어 21년 만에 17연패를 했는데요.

당시 쌍방울은 IMF 때문에 모기업으로부터 아예 지원이 끊기면서 선수를 팔아 겨우겨우 운영하던 팀입니다.

오늘 한화가 두산전에서도 지면 삼미가 1985년 기록한 18연패와 타이를 이루게 됩니다.

1997년 해체된 삼미그룹은 이 당시 기록 때문에 지금까지 야구팬들에게 '약체의 상징'처럼 남아 있는데, 한화가 오늘 연패를 끊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는 26연패, 일본프로야구는 18연패가 기록입니다.

[앵커]

오늘 한화의 운명이 걸린 경기, 하필이면 상대가 작년 우승팀 두산입니다.

[기자]

마운드가 허약한 한화에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두산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인데요.

선발 매치업을 보면 오늘이 연패를 끊을 기회입니다.

한화는 작년 에이스로 활약한 채드벨이 선발 등판하고, 두산은 불펜투수인 최원준이 선발 마운드를 지킵니다.

한화로서는 반드시 선취점을 내고, 일찍 최원준을 강판시켜야 승리의 희망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가슴속에 새겨진 패배 의식을 씻어내야만 합니다.

[앵커]

만약 오늘도 연패를...